내일신문

기획_ 숲유치원 ‘꿈땅자연학교’에 가보니

“자연과 하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해집니다”

도시에 살면서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연을 만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결과도 있겠지만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어릴 때부터 공부에 길들여지다 보니 자연과는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최근 힐링과 치유, 인성이 교육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자연에서 배우고 느끼는 숲 유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숲유치원은 매일 산과 들, 텃밭과 공원 등 자연이 있는 공간으로 나가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자연에서 배우고 큰다. 숲유치원에서 자연체험은 그 자체가 아이의 일상이 돼버렸다. ‘거대한 자연은 가장 좋은 최상의 놀이터’가 되는 꿈땅자연학교의 숲체험 현장을 따라가 보자.

“안녕하세요?”가 아닌 “행복하세요”

숲치유치원 꿈땅자연학교의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간 곳은 문래동에 위치한 유치원이 아닌 부천식물원 위에 있는 산이었다. 오전 10시, 전 원생이 산에 도착하지 않아 일부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도착할 때 까지 놀이에 빠져있다. 낯선 리포터를 발견한 아이들의 첫 반응은 놀랍게도 “행복하세요”였다. 다른 아이들도 지나가며 역시나 친근하게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꿈땅자연학교를 이끌고 있는 원정래 원장에게 ‘행복하세요’에 담긴 철학을 물었다. “우리의 삶의 목적이 행복이니까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로 서로에게 행복에너지를 주기 위해서 ‘행복하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아이들이 만나는 어른들에게 모두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를 하자 인사를 받는 사람들도 “너희들도 행복해라”며 답례를 건넨다는 원정래 원장. 이 한마디에 숲 유치원이 다른 유치원과 다른 점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다 모이자 반별로 모여 인사를 하고 출석체크를 하고 간식을 먹으며 자연과 만나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서로 나눈다. “나무야 우리에게 공기를 주어서 고마워” “우주야 고마워” 그리고 산에서의 놀이에 대한 10가지 규칙을 낭독하고 함께 숲으로 간다.

큰 아이들은 청솔모를 발견했는지 청설모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간다. “다람쥐 엉덩이를 봤어요”라는 아이들은 또 다시 사라져버린 청설모의 행방을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큰 통나무를 발견한 아이들은 통나무를 기차삼아 운전놀이를 하며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한다.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이 장난감도 없이 오롯이 자연을 벗 삼아 자연에서 노는 아이들이 놀랍다는 리포터의 말에 “숲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해주는 곳”이라 원 원장은 설명한다.

꿈땅자연학교에서 2년차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안유선씨는 “놀이학교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교육의 목적으로 노는 것과 꿈땅자연학교에서 자연과 함께 노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여기 아이들은 노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는 아이들”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교사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4살부터 쭉 꿈땅자연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이은서군이 다가와 “여름에 강화도로 캠프가서 물놀이 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고 전해준다. 5살 길도화군도 3살부터 다녔다는 것을 강조하며 물놀이 가는 것이 젤로 재미있다고 알려준다.

숲에서 뭘 하고 놀지?

아이들은 숲 속에서 풀과 나무, 새들과 함께 하루 하루 자연에서 놀고 배우면서 큰다. 눈에 띄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 된다. 꽃과 나뭇잎 그리고 열매, 돌맹이, 벌레 등 모든 자연물로 이야기들을 쏟아 내며 얼마든지 즐거운 아이들. 어떤 장난감, 어떤 교구보다 더 풍요로운 지혜를 주는 자연이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 준다. 

원정래 원장은 “눈이 오거나 비가 오고 바람도 불고 하면서 자연에서 생기는 많고 사소하고 자잘한 일들이 아이들을 서로 협동하게 하고, 강하게 하며,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사고하게 만들면서 이러한 과정 속에서 문제해결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만나는 생명체를 통해 자연사랑, 생명을 존중하는 생각까지 키워주니 돈을 주고 문화센터를 다니지 않아도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결론. 

숲에서 노는 것이 좋기만 할까? 엄마들은 걱정이 앞선다. 수업이 산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감기 걸린 아이들 몸이 아픈 아이들은 기후가 좋지 않을 때 보내기 불안한 감도 있을 것이고 혹여 나무부리나 돌부리에 다치지 않을까, 비탈에 미끄러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또 활동적이지 않고 조용한 아이라면 산에서 노는 것이 잘 맞을까 걱정하기도 하지만 원 원장은 “자연에게 누구는 맞고 누구는 맞지 않고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모험이 아니라 바로 ‘삶’”이라는 원 원장은 “건강을 해칠 우려되는 날씨가 아니라면 비가와도, 눈이 와도 나들이를 한다”며 “추워도 불평하지 않고 덥다고 투정하지도 않는다. 행복한 아이들은 자연처럼 건강하다. 사계절 햇볕이 주는 영양분을 마음껏 받으며 오장육부와 사지가 튼튼하게 자란다”고 밝힌다. 그 결과 날씨에 스스로 적응을 해 감기에 걸리는 아이들이 점점 적어진다고.

꿈땅자연학교는 일반 유치원에 운영방식과 반배정도 다르다. 3세부터 7세까지 한 반에 12명씩 혼합해 들어가고 장애 통합으로 운영된다. 원 원장은 “언어장애가 있는 아이가 자연을 접하면서 수다쟁이로 변하는 것도 봤고 균형잡기를 힘들어 하던 아이가 스스로 치유되는 것을 숲유치원을 운영하면서 경험하게 됐다”며 “자연에서 큰 아이들은 사회성과 리더십, 인성 등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게 된다”고 밝힌다.

꿈땅자연학교에서는 대안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단, 꿈땅자연학교를 졸업해야 입학이 가능하다. 현재 4살부터 꿈땅을 다닌 현동민 학생 1명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꿈땅의 프로그램을 4년만 누리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한 부모가 동민이를 꿈땅의 제1호 대안학교 학생으로 만들었다”며 “3학년까지는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오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 이후는 학생이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숲 유치원 프로그램은 어디? 

꿈땅자연학교처럼 숲유치원에 보내고 싶으나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서울시에서 열리는 숲유치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주중이나 주말에 편한 시간대에 가족단위로 예약할 수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각 계절에 볼 수 있는 나무나 야생화 곤충, 조류 등을 직접 보고 만지며, 자연물을 이용한 작품 등을 아동들이 만들어 보면서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유아 숲 체험장은 유아·아동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사회성을 배양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배치하고 전문 숲 해설가가 운영을 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어린이 숲 유치원'' 

서울시 산하 서울시설공단은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체험활동 위주의 ''어린이 숲 유치원''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자연물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체험학습방식으로 진행된다. 평일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대상으로, 주말에는 개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오는 11월까지 매일 오전 10~12시, 오후 2~4시 각각 2시간씩 운영된다. 참가를 원하는 가족은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yeyak.seoul.go.kr/main.web)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유아 숲 체험장

유아숲 체험장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강서구 우장근린공원 유아숲체험장은 수목군락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담한 구릉지가 특징적으로 주변에 산책하기 좋은 완만한 쪽동백 산책로가 배치되어 있어 산책하기 좋은 숲체험장이다. 숲도서관, 나무위의 집, 맨발산책로, 이야기쉼터, 실외교구마당, 숲속쉘터, 숲속유아쉼터 등이 있다. 특히 ''매일형''과 ''체험형''으로 나눠 운영되는데 매일형은 월·화·목·금요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유치원·어린이집 등으로부터 단체 신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체험형은 수·토·일요일 가족 단위 또는 희망자로부터 접수받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참여 아동들은 숲 해설가로부터 숲속 식물과 동물 등에 대해 알기 쉬운 생태해설을 들으면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이용희망일 30일전부터 전화로 예약이 가능하며, 원활한 이용을 위해 오전·오후 각 50명 이내로 제한한다. ☏2600-4187

관악구청 뒤편에 있는 ‘관악산도시자연공원(청룡산지구) 유아숲체험장’은 계곡, 연못, 습지 등 물이 풍부하고 뛰어놀기 좋은 넓은 공간이 있어 단체 및 가족단위로 이용하기 좋은 활동적인 숲체험장이다. 모험놀이대, 나무오르기, 나무위의 집, 물모래놀이터, 실외교구마당, 숲속야외교실, 세족장 등이 있다. ☏880-3685

용산구 응봉근린공원 유아숲체험장은 비교적 경사가 있으며 도심 속에서도 원시적 경관을 지닌 숲으로 주변에 생태연못, 솔숲쉼터, 광장 등 연계활용 가능한 시설들이 많아 찾아가며 즐길 수 있는 탐험의 숲체험장이다. 경사놀이터, 숲소리음악대, 사슴벌레쉼터, 나무공작소, 모험놀이마당, 세족장, 숲속유아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다. ☏2199-7594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