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2015년 3월 7일 <MBBC무한도전> 방송

<무한도전>의 ‘무도어린이집’ 편에서 하하와 정형돈은 숲 속 어린이집인 "꿈땅자연학교"를 찾아갔다. 

이미지=MBC <무한도전>

이번 <무한도전>에서 하하와 정형돈이 경험한 ‘숲 속 어린이집’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숲 속으로 놀러 간 아이들은 위험해 보이는 나뭇가지를 타고 놀거나, 흙바닥 미끄럼틀에 뒹굴면서 놀았다. 실제로 정형돈이 수업하는 동안, 나뭇가지에 매달렸다가 ‘쿵’ 하고 떨어진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털고 일어났다. 알고 보면 아파트에 말끔하게 차려놓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놀이터는 우리 아이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거를 유럽의 놀이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놀이터 프로젝트’를 방영한 적이 있다. 1부의 제목이 ‘위험한 놀이터로 오세요’였다. 유럽 전역의 놀이터는 물리학자들과 아동학자들이 총력을 기울여 만든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한다. 언뜻 보기에는 모랫바닥 위에 무채색의 원목들로 이루어진 허름한 구조물이 살짝 위험해 보이지만, 그 안에 고도의 물리학과 아동심리학이 녹아있다. 유럽의 놀이터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위험한 상황을 겪어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원천적으로 아이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말끔한 놀이터와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무모하지 않다.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위험을 닥치면 자연스럽게 보호자를 찾는다. 우리는 아이가 도움을 청 할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담대함만 있으면 된다. 실제로 놀이터 사고율은 우리나라가 유럽보다 거의 4배가 높다는 통계다.

간단한 예로,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우리나라 놀이터의 신소재 고무바닥을 보고 유럽 놀이터 전문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놀이터 바닥의 유리조각과 작은 돌멩이들은 모래속으로 스며들어야 안전하다는 논리였다. 아이들이 신 나게 엉덩방아 찧을 수 있는 30cm깊이의 모랫바닥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유럽 놀이터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우리가 그동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쥐여준 것들이 다른 식의 폭력일 수도 있다.

글쓴이 안성민 칼럼리스트